오재성 소장의 ‘예비 고3의 대입 준비사항’
동아일보 DB
복잡다단한 대학 입시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합니다. 변화의 굵직한 흐름을 읽어가며 입시의 전체 판세를 짚는 것과 동시에 지원을 희망하는 대학의 모집인원 변동, 전형방법 변화 등 세부적인 변화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 보면 언론 등을 통해 수시 변화의 굵직한 특징은 숙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가고자 하는 대학의 세부 변화는 놓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에 이번에는 실질적인 지원 플랜을 짜야 하는 단계의 예비 고3이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할 개별 대학 입시의 세부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전형 간 복수지원, 지난해에 됐는데 올해는 안 된다?
수시모집에서는 총 6회의 지원 기회가 주어지는데, 꼭 가고자 하는 대학이 있다면 이 기회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전형 내 중복 지원, 즉 여러 개의 모집단위에 같은 전형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하나 또는 복수의 모집단위에 여러 개의 전형으로 나눠 지원하는 전형 간 복수지원은 대학에 따라 가능하기도 하므로, 한 대학에 여러 개의 수시 원서를 쓰는 경우도 종종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전형 간 중복지원은 대학의 전형 변화나 정책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도 하므로 해가 바뀔 때마다 세세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고려대와 연세대에 2개 이상의 전형으로 중복 지원한 학생의 사례를 바탕으로 그 필요성을 짚어보겠습니다.
A 학생은 지난해 서울대부터 서강대에 이르기까지 교과 위주 추천전형 및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수시 지원을 고민하던 학생으로, 연세대에 학생부종합전형 면접형과 활동우수형으로, 고려대에는 학교추천전형과 일반전형(계열적합)으로 복수 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A 학생이 올해 입시를 치르게 된다면, 지난해와 똑같은 조건이라도 지원 플랜은 달라져야 합니다. 올해부터 연세대가 학생부종합전형 면접형을, 학생부교과전형 추천형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학생부위주전형 내 중복 지원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2022학년도에는 학생부교과 추천형(2021학년도 기준 면접형)과 학생부종합 활동우수형의 중복 지원이 불가능해집니다.
반대로 고려대의 경우 전년도까지는 학교추천전형과 일반전형(학업우수형)의 중복 지원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학교추천전형을 지원할 경우 일반전형(계열적합형)으로만 중복 지원이 가능했으나, 2022학년도에는 일반전형(학업우수형)도 학교추천전형과 중복 지원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수험생이 원한다면 기회균등전형을 제외한 학생부 위주 전형만으로도 최대 3개까지 고려대에 지원이 가능합니다.
A 학생의 사례에서 보듯 결과적으로 올해 수험생이 연세대에 원서를 낼 수 있는 최대치는 하나 줄어듭니다. 반면 고려대에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리지요. 두 대학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의 풀(Pool)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두 대학의 지원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 제출서류 줄어든 게 대수?
2022학년도부터 수시 제출서류 중 하나인 교사추천서가 전면 폐지됩니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자기소개서 또한 폐지되는데 이에 한 발 앞서 올해 입시부터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고려대가 대표적입니다. 전년도에 이미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고 자기소개서도 선택 제출하도록 했던 고려대는 2022학년도에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전면 폐지합니다.
이처럼 서류가 간소화되면, 서류 준비의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그만큼 기존 서류의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려대에 지원하려는 예비 고3의 경우 수시에서 학생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남은 3학년 1학기 학교생활을 어떻게 그려나가는지가 매우 중요해질 겁니다.
이처럼 학생부교과전형 선발규모의 확대나 논술전형의 축소, 적성전형의 폐지와 같은 대입의 큰 물줄기를 잘 잡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개별 대학, 학과를 특정해 지원 원서를 작성해야 하는 고3이라면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세세한 변화까지도 챙길 수 있어야 합니다. 원서를 쓸 때가 되어서야 바뀐 점을 인지하면 늦습니다.
현재까지 대학별로 나와 있는 사항들은 모두 2022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에 명시된 것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은 4월 말부터 공개되는 수시 모집요강을 참고하면 됩니다.